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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강 시와 도시 (2)

인문학과 공학의 만남

15강 시와 도시 (2)


※ 필자의 의견과 생각 정리는 보라색 글씨로, 강의자가 강조한 내용은 굵게 표시하였습니다.

※ 이 글은 강의를 듣고 필자가 사견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따라서 본 강의 내용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시적 감수성의 여러가지 양상 2

⑤ 생명

해가 졌는데도 어두워지지 않는다

겨울 저물녘 광화문 네거리


…(중략)…


어둠도 이젠 병균 같은 것일까

밤을 끄고 휘황하게 낮을 켜 놓은 권력들


…(중략)…


엽록소를 버린 겨울나무들

한밤중에 이상한 광합성을 하고 있다

광화문은 광화문(光化門)


…(중략)…


다가오는 봄이 심상치 않다

이문재, 「광화문, 겨울, 불꽃, 나무」

출처 : 이문재, 『제국호텔』, 문학동네, 2004.12.

시인은 현대 문명이 자연과 생태계를 왜곡시키고 있음을 '이상한 광합성'이라는 표현으로 지적한다.


강의 오류로 일시적 중단 - 수정 요청하여 조치가 취해졌기에, 12월 18일에 다시 시청하여 이어 올림.


⑥ 꿈의 상실

바람난 에미가 도망치고 애비가 땅을 치고 울고


애비가 섯다판에서 날을 새고

그 애비의 아이가

애비를 찾아 섯다판 방문을 두드리고


본드 마신 누이가 찢어진 속옷을 뒤집어 입고

지하상가 쓰레기장 옆에서

면도날로 팔목을 긋고


세 살난 막내가 절룩, 절룩 자라가고

에미 애비와 누이의 일들을 거침없이 이해하고


오늘,

밤마다 도시가 하나씩 함몰되고, 나는

등불에서

등심지를 싹둑, 싹둑 잘라내고

이연주, 「가족사진」

출처 : 이연주,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 세계사, 1992.12.


도시의 일반화된 풍경을 통해 꿈의 상실은 도시가 원인이라는 생각을 시는 말한다. 물론, 이 시의 내용이 모든 도시 가족의 보편적 풍경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오늘날 현대 가족의 전형적인 모습 중 하나인 가족해체, 자기만의 세계, 벽, 유대감 상실, 정서적 공동체 의식의 상실 등을 시에 담아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⑦실재와 가상의 혼동

그녀를 아직 구하지 못했다 술통들은 이리저리 구르고 원숭이는

코코넛을 던진다 제발 날 건들지 마라 부탁에도 불구하고 코코넛 하나가

내 머리를 때린다 이런 제기랄 욕을 하면서 나는 아파한다 혹이 났다 저 녀석

올라가기만 해봐라 나는 나무를 기어오르고 이 기묘하게 생긴 나무는

나에게 너무 불리하다 야 너 내려오지 못해! 나는 고래고래 고함 지른다

원숭이는 못 들은 척한다 원숭이는 나무 위에서 코코넛을 던지도록

프로그램 되어있다 원숭이도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미

결정되어있다 원숭이는 내려오지 않는다 내가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중얼거리는데 쾅─ 푸른 별들이 반짝인다

먹을 수도 없는 코코넛이 머리를 때린다

에너지가 부족하다 방금 코코넛이 에너지 막대를 반이나 깎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아프잖아 살살 던져 표정에 변화가 없다 원숭이는 어차피,

나는 나무를 기어오른다 내 칼은 너무도 짧다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니까 그럭저럭 원숭이를 찌를 수 있게 되었다 푹─

단검으로 원숭이를 찌른다

원숭이는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 나무 밑으로 떨어진다 나는 기분이 나빠져서

나무 밑을 본다 뭐 어차피 그렇게 프로그램되어 있으니까

그녀, 공주를 구하러 가야만 한다 원숭이는 500점이다 보너스까지는 아직 멀었고

에너지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서정학, 「비디오 게임/모험의 왕과 코코넛의 귀족들」

출처 : 서정학, 『모험의 왕과 코코넛의 귀족들』, 문학과지성사, 1998.05.


아파한다, 혹이 났다, 고함 지른다 등 화자는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게이머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이다. 가상 세계는 삶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제대로 된 정체성의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도 하다. 가상과 현실의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하는 자세를 요한다.


시적인 도시설계를 위한 몇 가지 방법

① 사소한 것에 관심 갖기

쌈지 공원

한국적 도시소공원은 서울의 쌈지공원에서 시작된다. 1990년 정부는 총체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문화부를 신설하여 생활문화의 보급과 향상 그리고 고급문화로 편중된 문화적 편재 현상의 극복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서울시와 문화부는 이른바 달동네라 불리는 저소득, 고밀도 주거지역에 문화 및 복지의 공유를 위한 장소로 쌈지공원을 조성하게 되었다.

…(중략)…

도시소공원의 한국적 표현인 쌈지공원은 도시 내 자투리 공지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출발을 보이나, 저소득층 도시빈민의 소외감 극복을 목표로 하였고, 따라서 주거 밀집지역에 국한하여 조성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앞에 말한 바와 같이 공공공원이나 소공원은 모두 외국으로부터 전래된 개념이기에 ‘쌈지공원’ 조성사업이 ‘한국적 도시공원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기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후속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각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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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관점 바꾸어 생각하기

성미산 마을의 역사

한국 최초 공동 육아협동조합의 상수도 공사 저지가 기폭제가 되어 시작, 성미산 지키기 운동도 이 운동의 연장선에서 시작되었다. 상수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미산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이다. 도시에서 이러한 의식을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민이 디자인하는 마을계획 '녹색상상'

2008년부터 시작된 주민주도형 도시계획사업이다. 성미산지키기를 현재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삶의 개선과 아름답고 생태적인 도시만들기로 확장하는 계획이다. 현재 녹색사회연구소, 환경정의 등 환경단체들과 함께 생태마을만들기, 주민참여형 마을계획수립을 위한 마을활동가를 길러내고자 한다. 정부로부터 하달되는 도시계획이 아닌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도시계획인 셈이다.


현대의 도시계획은 도시, 차도에 맞춰 사람의 주거공간이 배치된다. 즉, 생명 그리고 환경과 조화할 수 있는 공간을 활용하는 도시 계획의 관점을 가진다면 이전 도시들과는 다른 도시 풍경이 생겨날 것이다.


③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하기

건물과 건물 사이에 다리를 놓는 아이디어를 예로 들 수 있다. 임나리 씨와 건축가 오영욱과의 대담 중 이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Q.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에서 서울을 위한 5가지 제안을 하셨는데,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답변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거창하지 않은 것만 골라서 제안했거든요. 그 중에 하나 힘든 것이 있다면 건물 사이에 다리를 만드는 거에요. 홍콩 같은 도시에 가시면 볼 수 있는 것들이잖아요. 그런데 그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닌 게, 우리나라의 모든 건물들은 건축법에 영향을 받아요. 건축법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에 다리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그 다리는 세금이 부과되는 면적 내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한 줄만 써지면 가능해지기 시작하거든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보행 환경을 위해서 차가 다니는 거리가 아닌, 건물 사이의 다리를 이용해서 오고 갈 수 있는 도시가 되는 거죠.[각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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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건물 사이에 다리를 만드는 생각은 세계적으로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으나, 대한민국에선 건축법 문제로 인해 복잡한 환경에 처해있는 현실이다.


④ 낯선 것들을 자연스럽게 결합하기

· 디트로이트는 유명한 자동차 생산지였으나 미국 제조업의 쇠퇴로 인해 죽음의 도시가 되었다. 디트로이트는 이에 맞서고자 도시 농업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각주:3]

· 일본의 도시 농업은 공장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자연의 영향을 받지 않은 농산물은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 현재 한국의 많은 지자체에서 도시 농업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심지어 농촌이라 여겨지는 지자체에서도 도시 농업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순천시의 상자텃밭이 대표적 예이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도시는 땅이 부족하다. 순천시와 같은 지방의 도시가 농업의 여건은 더 좋지만, 이런 지방 도시의 움직임만으로 중대한 변화를 야기하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⑤ 도시의 고유성 살리기

전주 한옥 마을

1930년을 전후로 일본인들의 세력확장에 대한 반발로 한국인들은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본인 주택에 대한 대립의식과 민족적 자긍심의 발로였다. 1930년대에 형성된 교동, 풍남동의 한옥군은 일본식과 대조되고 화산동의 양풍(洋風) 선교사촌과 학교, 교회당 등과 어울려 기묘한 도시색을 연출하게 되었다. 오목대에서 바라보면 팔작지붕의 휘영청 늘어진 곡선의 용마루가 즐비한 명물이 바로 교동, 풍남동의 한옥마을인 것이다.

한바탕 전주, 마을의 유래 발췌.



이 글은 2013년 11월 17일에 쓴 글을 새롭게 손본 것입니다.




  1. 홍형순, 「정책진단 - 서울시 쌈지공원사업의 과제」, 문화·관광 너울, 2000년 8월 [본문으로]
  2. 임나리, 「서울의 모든 건물과 건물 사이에 다리를 만들자 - ‘오기사’ 오영욱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채널예스, 2012.07.19. [본문으로]
  3. 하지만 디트로이트시의 도시농업 주체가 금융서비스 기업 네트워크인 Hantz 그룹이라는 점은 논란이 일고 있다. 도시계획을 공익보다 기업의 이익을 생각하며 접근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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