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고/보관

13강 시와 건축 (2)

인문학과 공학의 만남

13강 시와 건축 (2)


※ 필자의 의견과 생각 정리는 보라색 글씨로, 강의자가 강조한 내용은 굵게 표시하였습니다.

※ 이 글은 강의를 듣고 필자가 사견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따라서 본 강의 내용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건축이 시인에게 미치는 영향 

③건축학적 상상력


함성호의 「근대 건축은 왜 망했는가」 중 '현대 건축사는...정치적 신념의...시녀가 아니면, 천재적인...건축가들의 환상일 뿐' 의 구절 속의 줄임표는 근대 건축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표현하는 장치로 등장한다.


서울 올림픽의 평화의 문

6공화국 노태우정권의 밀리터리 멘탈리티를 은폐

세종문화회관

대중 가수 거부 권위적권위주의적 건축물

치안본부의 수직원주

민중의 몽둥이


* 시인이 비평하고 있는 것들을 잘 들어보는 태도를 기르자! 


시가 건축가에게 미치는 영향 


건축가 이동준의 경우 

Q. 스위스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건축을 가르치나요?

제가 다니던 학교는 건축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했어요. 처음에는 언어적으로 알아듣기 어렵고 문화적인 측면에서 통하지 않아 힘들었죠. 학교에서는 건축에서 필요한 기술적인 지식과 함께 다양한 교양수업과 역사, 철학, 상상력을 키우는 방법에 관한 수업을 가르쳤어요. 예를 들어 아름다움에 대해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는 철학수업이 있었죠. 건축대학이라고 해서 건축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교육을 받아요. 돌이켜보면 학생 시절 쌓은 교양이 건축할 때 더 큰 이해의 폭으로 작업할 수 있게 도와주더라고요.[각주:1]


상상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의 하나는 '시'다.


건축가 이동연의 경우 

아침마다 서둘러 출근을 하지만 

그림자는 집에 있다 

그를 두고 나오는 날이 계속되고 

거리에서 나는 활짝 웃는다 


그림자 없이도

웃는 법을 익힌 뒤로는

내 등 뒤에 그림자가 없다는 걸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

집에서 혼자 밥 말아 먹고 있을 그림자 


그림자 없이도 

밥 먹는 법을 익힌 뒤로는 

내가 홑젓가락을 들고 있다는 걸 

마주 앉은 사람도 알지 못한다 


어느 저녁 집에 돌아와보니

그림자가 없다 

안방에도 서재에도 베란다에도 화장실에도 없다 


겨울날에 외투도 입지 않고

어디로 갔을까 

신발도 없이 어디로 갔을까 


어둠 속에 우두커니 앉아 

그림자를 기다린다 

그가 나를 오래 기다렸던 것처럼 

나희덕, 「그림자는 어디로 갔을까」

출처 : 나희덕, 『사라진 손바닥』, 문학과지성사, 2004.08.


그림자가 없는 이는 죽은 사람 즉, 자신의 진정한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을 표현한 말이다. 다음은 이동연 건축가가 이 시를 읽고 건축에 관해 서술한 글 중 일부이다.


건축에서 "그림자"를 잃어버린 대표적인 사례가 기능주의 건축입니다. 기능을 제외한 형태를 포함한 나머지 모든 것은 건축에서 주요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건축은 삶이란 복합적인 것을 담는 공간인데 삶의 복합성 가운데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들을 버리면 그것들은 그림자로 되었다가 사라지게 됩니다. …(중략)… 건축에서 모든 공간은 원천적으로 삶의 복합성을 담지요. 기능주의라는 거대담론에 압도되어 삶의 복합성 가운데 대표 기능만 추출하여 실의 용도에 따라 명칭을 붙입니다. …(중략)… 이리하면 복도는 통로 기능 이외의 것, 휴식, 조망 등이 그림자로 사라집니다.[각주:2]


즉, 수요자의 요구에만 충족하는 기능주의 건축은 그림자를 잃는 건축이다. 건축은 인간에 대한 깊이 있고 섬세한 이해가 필요하며, 건축가 역시 수요자에게 얽매여있는 존재가 아니다. 수요자의 요구도 받아들이면서, 자기 생각을 관철하고 설득할 줄 아는 건축가가 바로 창조적인 건축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시적인 건축을 위한 방법

그렇다면 시적인 건축을 위한 방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① 관점 바꾸어 생각하기

병원 건축의 역사 

병원 건축의 역사적인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질병'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병원건축의 근본적인 개념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중세에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질병의 원인이 되는 죄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교회와 같이 설계되었다. 하지만 계몽주의 시대를 겪고 난 후엔 질병은 병원균으로부터 생긴다는 생각이 보편화하였고, 이에 병원을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는 배기 장치와 같이 설계하게 된다. 1920년대엔 자연 채광과 신선한 공기가 치료의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어 값비싼 테라스형 병원이 많아졌고, 근대에 와서야 질병을 육체적인 문제로 정의하여, 병원에 질병을 치료하는 첨단의 기계장치를 두거나 의료를 환자에게 가장 합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병원을 설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현대엔 근대처럼 질병을 단지 육체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정신적 · 심리적 · 영적으로 종합된 전(全) 인격체의 문제로 해석하기 때문에 병원 환경도 성공적인 치료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한다. 즉, 현대 병원은 치유 환경의 역할이 요구되는 방향으로 설계되는 것이다.


② 낯선 것들을 자연스럽게 결합하기 

구조물 전체의 모양, 특징들을 심하게 돌출시키기보다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구조물 전체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 역시 고려해서 설계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미끄럼틀과 합쳐 설계한 집을 예로 들 수 있겠다.


③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하기 

폴란드의 뒤틀린 건물


④ 여러 가지 감각을 융합하기 

시에서는 이러한 것을 공감각이라고 한다. 


담양 소쇄원 광풍각

양산보가 계곡 가까이 세운 정자를 '광풍각'이라 하고 방과 대청마루가 붙은 집을 '제월당'이라고 한 것은 송나라 때 명필인 황정견이 주무숙(1017~1073)의 인물됨을 얘기할 때 '가슴에 품은 뜻을 맑고 맑음이 마치 비 갠 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과도 같고 비 갠 하늘의 상쾌한 달빛과도 같다'라고 한 데서 따온 이름이다. 이 광풍각은 주위의 폭포 소리(청각), 아름답게 우거진 나무들(시각), 좋은 풀 내음(후각), 시원한 바람(촉각) 등을 아우를 수 있는 누각이다.


이 글은 2013년 11월 15일에 쓴 글을 새롭게 손본 것입니다.




  1. 문화체육관광부, 「도란도란 문화놀이터」, 2012.10.30 [본문으로]
  2. 이동언, 「詩와 建築」, 2012.04. [본문으로]

'창고/보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4강 시와 도시 (1)  (0) 2017.09.11
12강 시와 건축 (1)  (0) 2017.09.11
11강 시와 공학 (3)  (0) 2017.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