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고/보관

03강 이야기의 매혹

인문학과 공학의 만남

03강 이야기의 매혹


※ 필자의 의견과 생각 정리는 보라색 글씨로, 강의자가 강조한 내용은 굵게 표시하였습니다.

※ 이 글은 강의를 듣고 필자가 사견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따라서 본 강의 내용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강의는 공학과 인문학의 만남과는 동떨어져있다. 이야기가 주는 매혹의 이해를 위한 강의라 하겠다.

 

인물이 나(누군가)와 같거나, 다른 이야기.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혹은 실제로 내가 겪은 그 일이 일어나는 이야기. 이 이야기들은 상반된 현상임에도 모두 재미있는 이유는 이야기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야기 자체가 주는 깊은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태초부터 이야기하는 존재이다. 프로이트는 이를 '가족 로망스(가족 로맨스)'로 이야기하고자 했다. 가족 로망스는 어린 시절 아이와 부모(특히 아버지) 사이에서 벌어졌던 심리적 불화와 화해에 관한 이론이다. 아이는 정서적 독립과정에서 겪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아이는 부모에 대한 양가감정을 품는데, 하나는 사랑과 존경의 감정 그리고 하나는 미움과 불만의 감정이다. 이러한 감정을 처리하고자 아이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내 부모는 저런 사람이 아닐 거야.", "내 진짜 부모가 따로 있겠지."하는 식으로 말이다.


가족 로맨스에 대해 자세히 들여보자면, 어린 시절 부모에게 야단맞은 아이는 '혹시 내 진짜 부모는 따로 있고, 그 부모들은 엄청나게 멋지고 굉장한 사람들이겠지?'하는 식의 상상을 하게 된다. 그 상상이 더 심해져서 '상상 속의 부모'를 왕 혹은 귀족으로 여기는 환상과 동시에 진짜 부모를 부정하는 사태를 '가족 로맨스'라고 한다. 프로이트가 제시한 용어로 사회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부모를 부정함으로써 그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일종의 신경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족 로망스는 생각외로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미운 오리 새끼처럼 아버지의 숨겨졌던 영웅적인 과거 혹은 친아버지의 영웅적인 모습을 보고 분발하는 만화나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그 예이다. 

즉, 가족 로맨스는 더 좋은, 완벽한 아버지를 환상이라는 곳에서 끌어와 그것을 존경하려고 하는 행위지만, 이를 환언하면 더 좋은 아버지를 소망하는 심리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이상화했던 부모의 상을 회복시키기 위한 시도라고도 할 수 있다.


청소년 시기에도 역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주로 미래에 더 나아진 자신의 모습을 공상하는 데에 치중한다. 상상적으로나마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려는 태도인 셈이다.

모든 사람은 사랑받고 싶어한다.[각주:1]


하지만 공상은 무의식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악인을 실감 나게 이야기한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듣던 사람으로부터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다. 이야기를 듣던 사람이 너무나 이야기를 잘해 그만 악인과 이야기꾼을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얼마나 흡입력과 몰입력을 갖추고 있는지 보여준 사건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야기에 매혹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① 진실을 갈구하기 때문.

삼국유사의 견문왕 이야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는 진실과 금기, 금기의 위반 그리고 권력의 억압과 횡포 속에서도 이야기는 계속된다는 교훈을 전해준다. 임금의 당나귀 귀는 임금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며 이 진실을 막으려 부당한 권력을 쓰는 임금을 풍자한 것이다. 즉, 혼란스러운 세상을 질서 지음으로써 안정감과 안도감을 추구하고자 혹은 공포감과 상실감을 공유함으로써 이를 벗어나고자 하는 셈이다.


② 즐거움

또한, 이야기는 즐거움을 준다. 이야기는 일상적 삶의 구속에서 벗어나 흥미진진한 세계로 이끌어준다. 우리 인간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고 있기에 일상이, 현실이 답답하고 권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순수한 놀이로서의 이야기는 이런 이점이 있다.


아이가 자꾸 이야기해달라고 조르는 것에서부터 죽음을 이기는 아라비안나이트 이야기까지. 이처럼 위의 여러 이유를 제쳐놓고서라도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정리하자면, 인간은 이야기하는 존재이며 이야기는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얻기 위한 순수한 놀이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 과제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 떠돌아다녔던 괴담을 떠올려보고 이런 괴담이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이야기해보자. (야간자율학습 괴담, 성적 괴담 등)

고등학교 시절엔 없었고, 초등학교 시절엔 하얀색 '책 읽는 소녀'라는 동상과 22시에 눈을 마주치면 책을 넘긴다는 이야기가 한창 떠돌았었다. 아마 이 동상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아 누군가 퍼뜨리지 않았나 싶다.


이 글은 2013년 10월 21일에 쓴 글을 새롭게 손본 것입니다.




  1. 알랭 드 보통, 『불안』, 은행나무, 2011.12.28. [본문으로]

'창고/보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04강 스토리와 담화  (0) 2017.09.06
02강 이야기와 공학  (0) 2017.09.05
01강 인문학과 공학의 만남  (0) 2017.09.05